베이징은 사상 최초로 동·하계 대회 모두 개최하는 도시
베이징에서 경기장으로 향하는 몬텔 더글러스
[더글러스 소셜 미디어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베이징=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중국 베이징은 사상 최초로 동·하계 올림픽을 모두 개최하는 도시다.
'우리나라도 1988년과 2018년에 동·하계 올림픽을 모두 개최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올림픽은 나라가 아닌 도시가 개최하는 개념이다.
베이징은 2008년 하계 올림픽을 열었고, 올해 2월 4일부터 동계 대회를 개최하면서 사상 최초로 동·하계 올림픽을 모두 유치한 도시가 됐다.
그런데 베이징에서 열린 2008년 하계와 2022년 동계 올림픽에 모두 출전하는 선수들이 있다.
바로 영국 봅슬레이 국가대표 몬텔 더글러스(36)와 브라질 스키 국가대표 재클린 모랑(47)이다.
더글러스는 2008년 하계 올림픽 때는 육상 여자 100m와 400m 계주에 출전한 스프린터였다.
11초 05의 영국 기록을 한때 보유했을 정도로 유망주였고, 2008년 베이징에서는 1라운드를 통과했으나 2라운드에서 탈락, 준결선 진출에는 실패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의 더글러스
[영국 올림픽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후 2016년 봅슬레이로 전향해 이번 대회에는 여자 2인승에 출전, 영국 여자 선수 최초로 동·하계 올림픽에 모두 선수로 뛰는 기록을 남겼다.
2020년에는 봅슬레이 월드컵 4위까지 올라 이번 대회 메달권 진입도 바라보고 있다.
더글러스는 영국 BBC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2008년 100m 출발선에 섰을 때 기온이 38도에 매우 습했던 기억이 있다"며 "지금은 영하 3도의 전혀 다른 세계에서 열리는 대회를 준비하게 됐다"고 14년 만에 다시 베이징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나오게 된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나는 이번 대회 영국 선수단 가운데 몇 안 되는 흑인 선수이기도 하다"며 "흑인, 여성, 노장을 대표하는 마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하겠다"고 다짐했다.
베이징 선수촌에 사진을 촬영한 모랑.
[모랑 소셜 미디어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모랑은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 2021년 도쿄 하계올림픽에 사이클 선수로 출전했고, 동계에는 2006년 토리노, 2010년 밴쿠버, 2014년 소치, 2018년 평창에 이어 이번 베이징까지 현역으로 활약하게 됐다.
브라질 선수 최초로 8번째 올림픽에 나서게 된 모랑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개회식 때는 브라질 선수단 기수를 맡기도 했다.
지금까지 올림픽에 7차례 나왔지만 아직 메달은 없다.
동계의 경우 2014년 소치 대회 크로스컨트리 프리스타일 스프린트의 64위가 최고 성적이고, 하계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사이클 산악 크로스컨트리 18위가 가장 높은 순위다.
어떻게 보면 '참가에 의의'를 두는 올림픽 정신을 가장 잘 구현해온 선수인 셈이다.
그는 2014년 소치 때는 바이애슬론에도 출전, 동·하계 올림픽에서 3개 종목 이상에 출전한 역대 5번째 선수가 됐다.
2021년 도쿄올림픽에 사이클 선수로 출전한 모랑
[모랑 소셜 미디어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2008년 베이징에서는 산악자전거 크로스컨트리 19위에 올랐던 모랑은 이번 베이징올림픽 정보 사이트인 '마이인포'와 인터뷰에서 "올림픽 역사의 일원이 돼 기쁘다"며 "사람들이 매우 친절했던 기억이 있는데 여기서 열리는 올림픽에 다시 나오게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모랑은 "2008년에는 아직 성숙하지 못할 때여서 경기 전에 인터뷰에도 부담이 컸다"며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가 됐고, 경험도 많이 쌓였지만 올림픽을 향한 열정은 그대로"라고 의욕을 내보였다.
그는 "하계 대회는 몰라도 2026년 동계 올림픽에는 또 나올 수 있도록 준비하고 싶다"고 벌써 4년 후를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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