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뉴질랜드 여자축구 대표팀 수비수 메이케일라 무어(26·리버풀)가 악몽 같은 하루를 보냈다.

무어는 2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카슨의 디그니티 헬스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여자축구 4개국 대회 쉬빌리브스컵 미국과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가 전반에만 자책골로 세 골이나 내주고는 고개를 떨궜다.

경기 시작 5분 만에 무어의 불운이 시작됐다.

미국 소피아 스미스가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걷어내려고 무어가 골문 왼쪽에서 오른발을 뻗었지만, 무어의 발에 맞은 공은 그대로 뉴질랜드 골문에 빨려 들어갔다.

1분 뒤에는 미국 소피아 후에르타의 크로스에 이은 카타리나 마카리오의 헤딩슛이 무어의 머리에 맞고 자책골로 연결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전반 36분 미국 공격수 마거릿 퍼스가 뉴질랜드 페널티지역 오른쪽으로 파고들어 가운데로 찔러 준 공이 골문 앞에 있던 무어의 왼발에 맞고 다시 자책골이 됐다.

외신은 무어가 이날 오른발, 머리, 왼발로 '퍼펙트 자책골 해트트릭'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무어는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결국 이트카 클림코바 뉴질랜드 대표팀 감독은 전반 40분 무어를 레베카 스토트와 교체했다.

뉴질랜드는 후반 애슐리 해치와 맬러리 퓨에게 추가 골을 내주고 결국 미국에 0-5로 졌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 여자 챔피언십 리버풀에서 뛰는 무어에게 이날 경기는 자신의 50번째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였다.

무어는 2015년 캐나다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에 참가했고, 2019년 프랑스 FIFA 여자월드컵 엔트리에도 들었으나 대회 직전 훈련하다 아킬레스건을 다쳐 출전은 불발됐다.

무어는 지난해 11월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한국 대표팀과 친선경기(한국 2-1 승)에서도 자책골로 동점을 허용한 바 있다.

AP 통신에 따르면 클림코바 감독은 경기 후 "어떤 선수나 훌륭한 경기를 하는 날도 있고, 힘든 경기를 하는 날도 있다. 오늘이 그에게는 힘든 날이었다"며 실의에 빠졌을 무어를 다독였다.

이어 "물론 슬프고 실망스럽겠지만 우리는 그가 얼마나 멋진 사람이고 선수인지 알고 있다"면서 "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는 모두 그의 편이다"라고 덧붙였다.

상대 팀 선수이지만 미국 대표팀의 블라트코 안도노프스키 감독도 "세 번의 자책골 때 모두 그는 있어야 할 곳에 있었다"며 무어를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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