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다음 달 베이징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공식 후원사들이 일제히 침묵을 고수 중이라고 BBC 방송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국이 중국 정부의 소수민족 위구르 인권탄압 논란을 들어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자 이들 후원사도 고래 싸움에 낀 새우등 신세처럼 저자세를 유지 중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BBC가 공식 후원사 13곳의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계정을 살펴본 결과 베이징 올림픽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눈에 띄는 마케팅 없이 조용한 분위기다.

이는 지난해 도쿄 올림픽 당시와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베이징 올림픽 후원사 중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도쿄 올림픽도 후원했던 기업들인데, 유독 올해는 마케팅을 자제하는 듯한 모양새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 기술 기업 아토스는 도쿄 올림픽 때만 해도 공식 트위터 계정에서 "개막이 20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라고 카운트다운까지 해가며 정기적으로 광고 영상을 게시했으나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조차 없다.

시장분석업체 에노도 이코노믹스 관계자는 "비자, 코카콜라, 그리고 다른 업체들이 유례없는 저자세를 유지 중"이라고 평했다.

이들 후원사는 에어비앤비, 알리바바, 알리안츠, 인텔, 파나소닉, 삼성, 도요타 등 각국에 기반을 둔 글로벌 대기업이다.

BBC가 이들 후원사에 중국의 위구르족 인권 탄압 등에 대한 입장을 물었더니 직접적 답변을 내놓은 기업이 없었다.

미국 올림픽 위원회 출신인 릭 버튼은 이들 기업이 "외줄타기를 하는 중"이라며 "글로벌 브랜드로서 중국 정부를 모욕하는 것을 감당할 수 있거나, 모욕할 의사가 있는 기업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딜레마와 관련해 일부 후원사는 올림픽 대회 전체의 후원사이지, 베이징 올림픽 후원사로 특정할 수 없다며 나름의 항변에 나섰다.

고가 시계 업체인 오메가 대변인은 "오메가가 베이징 올림픽의 후원사가 아니라, 올림픽 대회의 공식 시간 기록 업체이자 자료 관리 업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토스 대변인도 "우리의 역할이 올림픽 대회 및 장애인 올림픽 대회의 전세계 IT 협력사라는 점 이외의 사안에는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 후원사가 정치적 이유 말고도 다른 배경에서 이같이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 중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버튼은 "이들 후원사 중 대다수가 불과 몇달 전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면서 "이 때문에 어느 정도 소진된 상태일 것이며, 예산에도 제한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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