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보인 기자 = 스포츠윤리센터(이사장 이은정)의 '2021년도 체육계 인권침해 실태조사'에 참여한 프로·실업 선수 중 절반 가까이가 인권침해를 경험하거나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전국 초·중·고등학생 학부모 9천여 명과 초·중·고등학생, 프로·실업팀 선수 9만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체육계 인권침해 실태조사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윤리센터는 "초·중·고등학생 1만7천951명과 프로·실업 선수 7천47명이 참여한 조사에서 연령이 높은 집단일수록 인권침해 경험·목격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인권침해를 경험하거나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초등학생 선수 13.8％, 중·고등학생 선수 15％, 프로·실업 선수는 49.9％로 나타났다.

프로·실업 선수 3명 중 1명은 학생 선수 때보다 스포츠 인권침해가 늘었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윤리센터는 이들이 학생 선수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운동 경력이 길고, 접촉하는 지도자·선수 수가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또 초·중·고등학생 선수들은 '언어폭력' 경험·목격률이 가장 높게 나타나는 등 언어·신체 폭력 등 물리적 인권침해에 가장 많이 노출된 반면, 프로·실업 선수들은 불합리한 연봉책정이나 불공정계약 등 환경적 인권침해에 노출됐다고 응답했다.

윤리센터는 인권피해 피해를 경험한 선수 2명 중 1명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했다.

초등학생 선수의 경우 '대응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라는 답이 38.1％로 가장 높았고, 다른 응답 집단에선 '보복 피해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인권침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도 발생했는데, 가장 많이 발생한 유형은 '사생활 침해'로 꼽혔다.

이번 조사 문항에는 임신과 출산, 가족 돌봄 등 여성 관련 피해 항목이 추가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한 프로·실업팀 여성 선수의 경험·목격 사례로는 '생리 등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아도 훈련 참가'가 63.9％로 가장 많았고, '생리 휴가 등 사용 제재'(34.7％), '결혼·출산 관련 불이익'(20.8％)이 뒤를 이었다.

학생 선수 학부모 대상 실태조사에서는 학부모가 느끼는 자녀 대상 체육계 인권침해에 대한 우려가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에는 9천90명이 참여했으며, 학부모 중 79.7％는 '체육계 성폭력'이, 76.2％는 '체육계 금전적 비리'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다만 실제로 본인 또는 자녀가 '언어 및 신체, 성적 폭력 등 물리적 인권침해를 경험하거나 목격했다'고 답한 비율은 20.6％, '금전 요구나 진학, 추천 상의 비리 등 환경적 인권침해를 경험 또는 목격했다'고 답한 비율은 16.9％였다.

이에 대해 윤리센터는 "최근 체육계 인권침해 및 비리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며 관련 내용의 미디어 노출이 증가해 실제 경험·목격률보다 우려와 걱정이 커진 것으로 풀이한다"고 부연했다.

윤리센터는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이번 조사 결과를 공유하는 한편, 정책토론회를 개최해 현재 기관이 운영하는 각종 사업을 보완·발전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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