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결심' 김성근 감독이 후배들에게…"예쁜 포장지보다 내실"

제목 : '은퇴 결심' 김성근 감독이 후배들에게…"예쁜 포장지보다 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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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을 믿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 53년의 야구 지도자 생활의 동력"

"감독은 1㎝ 차이를 발견할 줄 알아야…모든 분야의 전문가"

손들어 인사하는 야신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한국 야구계에서 가장 욕 많이 먹은 사람입니다."

'야신' 김성근(80) 감독 고문은 2018년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코치 고문으로 계약해 선수단 앞에 처음 선 날 이렇게 말했다.

5년(2018∼2022년) 동안의 소프트뱅크 생활을 마치고, 53년의 야구 지도자 인생에도 마침표를 찍기로 한 날, 김성근 소프트뱅크 감독 고문의 휴대전화에는 감독, 코치, 선수뿐 아니라 구단 관계자들의 감사 인사가 가득했다.

짐을 챙기러 소프트뱅크 구장의 홈 일본 후쿠오카 페이페이돔을 찾은 17일 김성근 감독 고문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유는 모르겠는데, 다들 고마웠다고 하더라"고 껄껄 웃었다.

고독했던 명장 김성근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성근 감독 고문은 전날(16일) 연합뉴스에 "50년 넘게 야구 코치, 감독으로 살았다. 이제 그라운드를 떠날 시간"이라며 "오사다하루(王貞治) 소프트뱅크 구단 회장께 '5년 동안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이제는 정말 작별할 때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는 김성근 감독 고문과 재계약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 고문이 먼저 "이젠 떠나겠다"고 퇴진 의사를 밝혔고, 53년 동안 이어진 지도자 생활에도 마침표를 찍기로 했다.

소프트뱅크는 15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 돔에서 열린 퍼시픽리그 클라이맥스 시리즈(CS) 파이널 스테이지 4차전에서 오릭스 버펄로스에 2-3으로 패했다.

1패를 안고 CS 파이널 스테이지에 오른 소프트뱅크는 1승 4패로 일본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김성근 감독 고문은 "'일본시리즈 우승해서 헹가래 해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한 선수들도 있었는데, 이렇게 한 시즌이 끝났다.

올 시즌 중에 결심한 대로 소프트뱅크 생활도 마감하고자 한다"고 '헤어질 결심'을 굳혔다고 강조했다.

대화 나누는 김인식, 김성근 감독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성근 감독 고문은 한국프로야구에서 사령탑 중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경기(2천651경기)에 나서 다승 2위(1천388승)에 오른 베테랑 지도자다. 그의 별명은 야신(야구의 신)이다.

2018년부터 소프트뱅크에서 일했고, 보직은 코치 고문에서 감독 고문으로 상승했다.

1969년 마산상고 감독으로 부임하며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53년을 '야구 감독 또는 코치'로 살아온 그는 "야구의 깊이는 정말 알 수 없다. 5년의 소프트뱅크 생활에서도 정말 많이 배웠다"며 "어느 때보다 지금 내 '야구 정신'은 또렷하다.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걸, 과거에도 알았다면'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했다.

경험과 지혜를 갖춘 김성근 감독 고문은 일본에서 머무는 동안 현지 야구 지도자들과 자주 대화했다. 이제는 한국의 야구 후배들에게도 조언을 건네고자 한다.

"나는 한국에서는 일본인, 일본에서는 한국인이라고 불렸다. 그래서 내가 '문제아'인가 보다"라고 장난을 섞어 운을 뗀 그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았다. 그래도 내 인생은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었다. 철저한 외로움, 그게 나를 50년 넘게 야구 지도자로 살게 한 비결 중 하나였다"고 떠올렸다.

이어 "한국의 젊은 지도자, 특히 감독에게도 '철저히 혼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설명이 이어졌다.

김성근 감독 고문은 "현대 야구는 코칭도 세분돼 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분야가 아니면 무관심하다"며 "감독은 1㎝의 차이를 볼 줄 알아야 한다. 투수, 타격 분야의 전문가에게 열심히 배우고, 결국 자신이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팀이 흔들리지 않고,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투수 출신인 김성근 감독 고문은 KBO리그 감독으로 일할 때, 타격과 수비 훈련에도 직접 나섰다. '김성근 감독의 펑고'는 선수들 사이에서 악명도 높았다.

그는 '1㎝의 차이'를 만들고, 발견하고자 애쓰기도 했다.

김성근 감독 고문은 "타자의 배트에 공이 닿은 지점, 1㎝ 차이로 안타와 범타가 갈린다. 야수도 1㎝ 차이로 아웃 카운트를 늘리거나, 상대에게 안타를 허용할 수 있다"며 "이런 세밀함을 볼 수 있는 지도자가 됐으면 한다"고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그는 "겉으로 표현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나도 늘 나 자신에게 의문이 있었다. 모든 것에 물음표를 붙이고 해답을 찾고자 애썼다"며 "감독에게 가장 필요한 건, 자신에게 묻고 답하는 과정"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SK 시절의 김성근 감독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세'가 된 데이터 야구에 관해서도 김성근 감독 고문은 '깊이'를 강조했다.

김성근 감독 고문은 "데이터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러나 데이터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적절하게 활용하는 감독이 있어야 그 수치가 빛을 발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었다.

김성근 감독 고문은 "지바 롯데 머린스 타자 한 명이 전날 다른 팀과의 경기에서 홈런을 치는 등 타격감이 아주 좋았다. 안타와 홈런 모두 변화구를 공략해서 쳤다"며 "우리 팀이 첫 경기에서 그 타자에게 직구 승부를 걸어서 효과를 봤다. 다음날 훈련 때 그 타자는 직구에 대비한 훈련을 했다. 우리는 두 번째 경기에서 직구 승부를 하다가 안타를 맞았다"고 떠올렸다.

김 감독 고문은 "그 타자의 훈련 장면을 세심하게 살폈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분명히 데이터는 변화구 위주의 투구를 하라고 했지만, 감독은 다른 결정을 내렸어야 한다"고 설명을 보탰다.

'문제아'라고 자칭하는 김성근 감독 고문은 자주 '논란'을 불렀다.

특히 훈련량에 관해서는 찬반이 오갔다.

하지만 최근 지휘봉을 잡은 젊은 사령탑들은 "훈련량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엽(46) 두산 신임 감독도 '마무리 캠프 강훈련'을 예고했다.

김성근 감독 고문은 "그렇게 한국 야구 분위기가 바뀌었다면 내가 지금 감독을 해도 되는 거 아닌가"라고 웃은 뒤 "훈련량은 중요하다. 하지만, 왜 우리는 많은 훈련을 하는가에 관해 감독은 과정과 결과로 설득해야 한다"고 또 다른 화두를 던졌다.

그는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감독을 시작한 2007년 스프링캠프에서 외야∼내야∼홈으로 이어지는 송구 훈련을 정말 열심히 했다. 아마도 선수들은 타격 훈련을 더 하고 싶었을 것"이라며 "정규시즌, 포스트시즌 고비 때마다 당시 SK는 '수비'로 고비를 넘겼다. 선수들이 이를 체득하면서, 다음 해 스프링캠프 때는 한결 수월하게 훈련했다"고 밝혔다.

이어 "편안한 상황에서는 대부분 좋은 송구를 한다. 그러나 극한의 상황에서는 다르다"며 "위기의 순간에도 평소의 기량을 발휘하려면, 반복 훈련을 필수다. 또한 훈련 때도 극한의 상황을 간접 경험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 하나에 다음은 없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성근 감독 고문의 좌우명은 '일구이무(一球二無)'다.

화살이 하나만 있고 둘은 없다는 고사성어 '일시이무(一矢二無)'에서 따온 말로 공 하나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다.

팀의 운명, 선수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투구 하나, 스윙 한 번을 위해 김성근 감독 고문은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날 선 비판을 받기도 했다.

김성근 감독 고문은 "감독은 원래 욕먹는 자리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건, 오히려 쉬운 일이다. 하지만, 감독이 좋은 사람이 되면 팀은 그 자리에 머무르거나 퇴보한다"며 "우리 후배 감독들도 '예쁜 포장지'에 집착하지 말고, 내실을 다졌으면 한다. 어쩔 수 없이, 외로움과 괴로움을 감수하라"고 말했다.

고독한 53년의 세월을 버틴 명장의 조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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