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3년 만에 열린 코리아오픈 배드민턴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남녀 대표팀은 5개 종목 가운데 3종목을 휩쓸면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여자 단·복식과 남자 복식에서 금메달을 따낸 성적도 중요하지만, 배드민턴 대표팀을 기쁘게 한 것은 혜성처럼 나타난 남자복식 서승재(25·국군체육부대)-강민혁(23·삼성생명)의 '깜짝' 우승이다.

서승재-강민혁은 오는 9월에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대비해 지난해 11월부터 새로 호흡을 맞춘 복식조다.

이번 대회 전까지 두 차례 국제대회에 출전해 1승 2패의 성적표로 남자복식 세계 랭킹 225위에 머물렀던 서승재-강민혁이 코리아오픈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막상 대회가 시작되자 서승재-강민혁은 승승장구하며 세간의 예상을 보기 좋게 뒤집었다.

32강전에서 장성호-기동주(인천공항)를 2-0으로 제압한 서승재-강민혁은 16강에서도 세계 랭킹 130위의 말레이시아 팀을 2-0으로 완파하며 8강에 올랐다.

8강에선 세계 7위의 강호 삿윅사이라즈 란키레디-치라그 셰티(인도)를 만났지만 기세가 오른 서승재-강민혁의 상승세는 이어졌다.

서승재-강민혁은 3세트에서 8-20로 패배 직전까지 몰렸지만 4연속 득점을 발판 삼아 기적적으로 22-20으로 역전, 기어이 4강행을 확정했다.

4강 상대는 더욱 강력한 세계 2위 모하메드 아산-헨드라 세티아완(인도네시아)이었다.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 모하메드 아산-헨드라 세티아완을 마주하고도 서승재-강민혁은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1세트를 21-16으로 가볍게 따낸 서승재-강민혁은 2세트를 내주며 위기를 맞는 듯했지만, 3세트를 21-9로 완벽하게 마무리하며 세계 2위를 뛰어넘는 기량을 선보였다.

결국 결승에서도 세계 9위 파자르 알피안-무하마드 라이언 아르디안토(인도네시아)를 2-1로 제압하며 서승재-강민혁은 팀 결성 후 3번째로 출전한 국제대회서 우승을 차지하며 남자 복식의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했다.

세계 랭킹 225위인 서승재-강민혁은 이번 코리아오픈 우승을 기반 삼아 세계 최정상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남자 복식 금메달을 획득한 김동문-하태권의 영광을 반드시 재현하겠다는 각오다.

강민혁은 "국제대회에서 바로 이렇게 좋은 성적이 나올 줄은 몰랐는데 견고하게 대회 준비를 했던 것이 우승의 요인인 것 같다"면서 "시작을 했으면 끝을 봐야 한다. 목표는 올해 안에 세계 랭킹 1위"라고 당당한 포부를 밝혔다.

김충회 대표팀 감독도 "여자 단·복식은 우승할 수 있다고 기대했는데 남자 복식 우승은 생각도 못 했다"며 "서승재-강민혁이 생각보다 빨리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