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2년 6개월 만에 마라톤 풀코스(42.195㎞)를 완주한 '귀화 마라토너' 오주한(34·청양군청)이 자신 있는 표정으로 말했다.

"한국 팬들께 말씀드립니다. 제 몸 상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더 좋은 기록으로 증명하겠습니다."

오주한은 17일 서울시 광화문을 출발해 종합운동장에서 마무리하는 2022 서울마라톤에서 2시간11분16초로 남자부 국내 1위에 올랐다. 국제부 기록을 더한 종합 순위는 11위였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 평가전을 겸한 이번 대회에서 국내 1위에 오른 오주한은 사실상 항저우행 티켓을 확보했다.

경기 뒤 만난 오주한은 "레이스 중 포기할 위기도 있었지만, 내 페이스를 되찾았고 비교적 좋은 기록으로 경기를 마쳤다"고 총평했다.

기록만 생각하면 만족스럽지는 않다.

2018년 귀화한 오주한이 케냐 국적으로 세운 개인 최고기록은 2시간05분13초다. 귀화 뒤 최고 기록은 2시간08분21초다.

하지만 2019년 10월 경주마라톤 이후 2년 6개월 만에 완주하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을 원하는 오주한에게는 기록보다 순위가 중요했던 대회라는 점을 고려하면 긍정적인 면도 많다.

오주한은 "현재 컨디션은 무척 좋다. 몸 상태는 예전 수준으로 돌아왔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훈련에 애를 먹었고, 도쿄올림픽에서는 다리 부상으로 완주하지 못했다. 힘든 시간이 있었지만, 지금은 회복했으니 기록도 좋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오주한이 귀화했을 때 많은 팬이 이봉주가 보유한 남자 마라톤 한국기록(2시간07분20초) 경신을 기대했다.

하지만, 귀화 후 오주환은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고 이날까지 단 두 차례만 풀 코스를 완주했다.

그의 귀화를 추진하고 도운 '한국인 아버지' 고(故) 오창석 전 마라톤 국가대표 코치가 지난해 5월 세상을 떠나면서, 심리적인 상처도 받았다.

일단 오주한은 2년 6개월 만에 완주에 성공하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권을 사실상 확보하면서 그를 둘러싼 우려를 씻어냈다.

그는 "오창석 코치님과 나를 도와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했다.

오주한은 올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메달 획득과 2023년 2시간04분대 진입을 목표로 달린다.

최근 일본 남자 마라톤은 스즈키 겐고(2시간04분56초), 히지가타 히데카즈(2시간06분26초), 호소야 교세이(2시간06분35초) 등의 역주로 아시아 최강자의 입지를 굳혔다.

오주한은 "일본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낸다는 건 알고 있다. 내 몸 상태가 좋으니까, 그 선수들과도 대등한 경쟁을 할 것"이라며 "더 준비되는 2023년에는 2시간04분대에도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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