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은퇴식 채병용 "2009년 한국시리즈 끝내기 홈런, 이젠 추억"(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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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3 22:00
불운의 아이콘, 은퇴 2년 만에 늦은 은퇴식
전력분석원으로 변신한 채병용 "이젠 뒤에서 팀 승리 도울 것"
(인천=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SSG 랜더스 전력분석원 채병용(39)에겐 늘 따라다니는 꼬리표가 있다.
'한국시리즈 7차전 끝내기 홈런을 허용한 투수'다.
채병용은 SK 와이번스(현 SSG)에서 뛰던 2009년 한국시리즈 최종전 마지막 투수로 등판해 KIA 타이거즈 나지완에게 끝내기 홈런을 내줬다.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극적인 장면을 상대 팀에 내줬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불명예스러운 장면일 수 있다.
그러나 채병용은 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리는 자신의 은퇴식 경기를 앞두고 "내겐 추억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는 해당 경기에 등판 계획이 없었다"라며 "당시 선수였던 김원형 (현 SSG) 감독님이 등판할 차례였는데, 김성근 (당시 SK) 감독님과 눈이 마주쳐 마운드에 올랐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날 홈런을 허용한 뒤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라며 "홈런을 맞은 직후 더그아웃에서 주저앉는 선수들의 모습을 직접 봤는데, 매우 미안해 눈물이 그치질 알았다"고 밝혔다.
SSG 선수단이 3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채병용의 은퇴식에서 기념 수건을 던지며 채병용을 응원하고 있다. [SSG 랜더스 제공. 재배포 및 DB금지]
힘든 시기였지만, 채병용은 꿋꿋하게 이겨냈다.
그는 "세월이 지나면서 힘든 시기를 극복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나쁘지 않은 기억이다"라며 "앞으로도 내 이름은 프로야구 역사에서 계속 회자할 것 아닌가. 아무나 경험하지 못하는 기록이라고 생각하기에 자부심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채병용은 2009년 한국시리즈 이후로도 SK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원클럽맨으로서 맹활약을 펼쳤다.
2019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한 채병용은 전력분석원으로 변신했고, 이날 뒤늦은 은퇴식도 치렀다.
채병용은 "현재 팀이 치열한 순위싸움을 펼치고 있는데 은퇴식을 하게 돼 후배들에게 미안하다"라며 "앞으로 SSG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뒤에서 열심히 돕겠다"고 말했다.
SSG 랜더스 채병용(가운데)이 3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SSG 류선규 단장으로부터 감사패를 받고 있다. [SSG 랜더스 제공. 재배포 및 DB금지]
2002년 SK에서 데뷔한 채병용은 2019년까지 한 팀에서 통산 451경기에 등판해 84승 73패 29홀드 22세이브 평균자책점 4.21의 성적을 거뒀다.
채병용은 이날 은퇴식에서 마운드에 마지막으로 입맞춤한 뒤 "난 화려한 선수는 아니었지만, 참 행복한 선수였다"며 "날 행복한 선수로 만들어준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채병용과 함께 선수 생활을 했던 김원형 감독은 이날 "채병용은 헌신적이었던 선수"라며 "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3연투도 마다하지 않았다. 한국시리즈 최종전 끝내기 홈런을 허용한 선수가 아니라 항상 팀에 헌신했던 투혼의 아이콘으로 기억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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