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오늘 코트에 들어설 때 느낌은 앞으로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평소 코트 위에서 좀처럼 웃는 표정을 보기 어려운 세리나 윌리엄스(41·미국)지만 '은퇴 무대'로 삼은 올해 US오픈에서는 한결 부드러워진 모습이다.

세계 랭킹 605위인 윌리엄스는 30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대회 여자 단식 1회전에서 단카 코비니치(80위·몬테네그로)를 2-0(6-3 6-3)으로 물리쳤다.

1981년생 윌리엄스는 이 대회를 끝으로 은퇴할 가능성이 크다.

이달 초 미국 패션 잡지 보그를 통해 올해 US오픈을 마지막으로 은퇴할 가능성을 시사한 윌리엄스가 이날 졌더라면 그의 현역 시절 마지막 단식 경기가 될 뻔했다.

윌리엄스는 이번 대회에 한 살 많은 언니 비너스 윌리엄스와 한 조로 출전, 단식에서 탈락하더라도 복식 경기가 남기는 하지만 그의 이날 경기에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관심이 쏠렸다.

관중석에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핵 주먹' 마이크 타이슨, 배우 휴 잭맨, 은퇴한 스키 선수 린지 본 등이 모습을 보였다.

또 윌리엄스의 딸 올림피아는 윌리엄스가 1999년 US오픈에서 우승할 때처럼 머리에 하얀색 장식으로 멋을 내고 왔다.

AP통신은 "윌리엄스에 대한 응원 소리는 그 어느 경기보다 컸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고, 윌리엄스 역시 "코트에 들어설 때 엄청난 환영에 놀랐고,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 23회 우승, 이 부문 통산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보유한 윌리엄스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마거릿 코트(은퇴·호주)가 보유한 메이저 대회 단식 최다 우승 기록(24회)과 동률을 이룬다.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 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만 따져서는 이미 윌리엄스의 23회가 최다 기록이다.

이날 윌리엄스의 상대 코비니치는 "경기장 응원 소리 때문에 윌리엄스의 라켓에 공이 맞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테니스는 경기 도중 관중석에서 소음을 낼 수 없지만 경기장 밖의 대형 전광판을 통해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들도 워낙 많아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였다는 것이다.

2회전에서 세계 랭킹 2위 아넷 콘타베이트(에스토니아)를 상대하게 된 윌리엄스는 "이제 남은 경기는 보너스나 마찬가지"라며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것도 좋은 일인 것 같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물론 윌리엄스는 아직 'US오픈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

이날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를 확인하려는 질문이 나오자 윌리엄스는 "내가 조금 애매하게 표현했다"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남고 싶다"고만 답했다.

그러면서 팬들을 향해 "제가 여기 있는 동안 계속 저를 응원해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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