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뉴질랜드 스포츠 영웅' 밸러리 애덤스(38)가 4㎏의 포환을 내려놓았다.

포환보다 무거웠던 '책임감'의 무게에서도 벗어났다.

애덤스는 1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 계정을 통해 "도쿄올림픽이 끝난 뒤,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다시 올림픽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내 마음과 심장, 몸은 '단순 명료한 답'을 내놨다"며 "22년 동안 뉴질랜드를 대표하며 큰 기쁨을 누렸고, 무거운 책임감도 느꼈다. 이 모든 것을 내려놓을 때가 됐다"고 은퇴를 선언했다.

은퇴 선언 후 '라디오 뉴질랜드'와의 인터뷰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은퇴 시점을 고민했다. 은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불안감과 불쾌한 기분을 느꼈다"며 "은퇴를 결심하고 나니, 마음이 안정됐다. 나는 힘든 길을 걸었지만, 선수로 뛰며 그 이상의 행복감을 느꼈다.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애덤스는 육상 포환던지기 여자부 경기를 지배한 전설이다.

첫 올림픽이었던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는 7위에 그쳤지만, 2008년 베이징과 2012년 런던에서 연거푸 우승을 차지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손에 넣은 밸러리 애덤스는 2021년 8월 1일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포환던지기 결선에서 19ｍ62를 던져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애덤스는 밝게 웃으며 "동메달도 내겐 금메달만큼 값지다. 나는 오늘 한 여성의 힘을 보여주고자 했다. 엄마이면서도,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아이 둘의 사진을 내밀었다.

4회 연속 올림픽 메달을 획득한 애덤스는 세계선수권에서도 4차례 연속 우승(2007년 오사카, 2009년 베를린, 2011년 대구, 2013년 모스크바)을 차지했다.

애덤스는 '금발에 마른 몸'이 주를 이루던 '바비 인형'의 모델이 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020년 바비 인형의 모델로 뽑혀 자신을 닮은 인형을 선물 받은 애덤스는 "나는 키가 193㎝에 이르는 덩치 큰 여성"이라며 "아이들에게 '이 세계는 이런 사람도 공존하는 곳'이라는 메시지가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애덤스는 동생 리사 애덤스(32)와 도쿄 패럴림픽에서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리사 애덤스는 지난해 8월 28일 도쿄 패럴림픽 육상 여자 포환던지기 F37등급 결선에서 15ｍ12를 던져, 13ｍ69의 미나(중국)를 제치고 우승했다.

우승을 확정한 뒤, 리사 애덤스는 관중석에 있는 언니 밸러리 애덤스에게 달려가 진하게 포옹했다.

미국프로농구(NBA) 멤피스의 센터 스티븐 애덤스(29)도 밸러리 애덤스의 동생이다.

뉴질랜드 스포츠 명문 '애덤스 가(家)'를 일군 밸러리 애덤스는 '스포츠의 긍정적인 기운'을 뉴질랜드 소녀들에게 전파하고자 한다.

애덤스는 "나는 어릴 때부터 스포츠를 즐겼고, 스포츠를 통해 성숙한 인간이 됐다"며 "스포츠는 정직하다. 훈련은 고통스럽지만, 결과를 만든다"며 "내가 스포츠를 통해 느낀 많은 것을 다른 소녀들도 느꼈으면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밝혔다.

애덤스는 2024년 파리 패럴림픽을 준비하는 동생 리사의 코치 역할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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