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우크라 침공] 우크라이나 선수에 지고도 신에게 감사하며 위로 건넨 보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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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03 12:00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경기에서 우크라이나 선수에게 패하고도 네트에서 오히려 우크라이나 선수를 따뜻하게 안아준 선수가 있다.
세계 랭킹 97위 아나 보그단(30·루마니아)은 2일(한국시간)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리옹 메트로폴리스오픈(총상금 23만9천477 달러) 단식 1회전에서 세계 랭킹 140위 다야나 야스트렘스카(22·우크라이나)에게 1-2(6-3 6-7<7-9> 6-7<7-9>)로 졌다.
3시간 5분의 대접전 끝에 야스트렘스카가 이겼지만 네트를 사이에 두고 인사하는 두 선수의 태도는 마치 보그단이 승리한 것 같았다.
졌지만 야스트렘스카를 안아주고, 한동안 위로의 말을 건넸기 때문이다.
야스트렘스카 역시 승리가 확정되자 코트 바닥에 엎드려 흐느끼기 시작했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모습이 승리의 기쁨보다는 슬픔에 가득 찬 것 같은 분위기였다.
야스트렘스카의 조국 우크라이나가 최근 러시아의 침공을 받았고, 야스트렘스카가 전쟁 발발 이후 16살 동생 이반나와 함께 부모님과 헤어져 보트를 타고 우크라이나에서 루마니아를 거쳐 프랑스까지 온 사연 등이 이날 경기 후 보그단이 야스트렘스카를 위로해준 이유로 추정할 뿐이었다.
보그단이 경기 다음 날인 3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날 경기를 전후한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보그단은 "이 경기는 내가 지금까지 치른 경기 가운데 정신적으로 가장 어려웠다"며 "테니스 경기에서는 항상 내 한계를 뛰어넘어 더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고자 하지만 어제 경기는 다른 경우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물론 어제도 좋은 샷을 구사할 때는 기뻤고, 이기고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불공정한 경기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왜냐하면 경기 외적인 상대 선수의 상황을 나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보그단은 "나는 야스트렘스카와 그의 동생, 가족이 겪었을 일을 그저 상상할 수 있는 정도"라며 "승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리는 다 같은 사람이고, 테니스가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제는 우리 둘 다 승리 직전까지 갔지만 결국 승리는 야스트렘스카의 몫이었다"며 "그는 자신과 가족, 나라를 위해 이길 자격이 충분한 선수였다"고 칭찬했다.
보그단은 또 "이제 겨우 만 21세인데 정말 강인하고, 힘이 넘치는 선수였다"고 치켜세우며 "신에게도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는 "이런 특별한 경험을 하도록 해주신 신께 감사드리고, 아마 신께서는 우리 모두에게 완벽한 계획을 갖고 계실 것"이라며 "어제 나는 평화를 상징하는 흰색 옷을 입었는데 빨리 이런 악몽과도 같은 순간이 끝나기를 바란다"고 소망했다.
보그단의 글에 보그단과 3시간 넘게 치열하게 싸운 야스트렘스카가 답글을 달았다.
야스트렘스카는 "정말 기억될 하루, 기억될 순간이었다"며 "모든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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