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가 카타르로 향하는 길은 뚫었으나 아직 만족하기에는 이르다. 2022 카타르월드컵 본선에서 가시밭길과 비단길의 운명을 가르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경쟁이 남았다.

FIFA는 오는 4월 3일 카타르 도하에서 본선 진출 32개국을 대상으로 8팀씩 4개 포트로 나누어 조 추첨을 진행한다. 과거에는 유럽과 남미가 한 쪽으로 몰리는 걸 막는 차원에서 대륙별 안배를 해왔으나 직전 대회인 2018 러시아월드컵부터 랭킹 순으로 바뀌었다. 순위가 높을 수록 수월한 상대를 만나고, 낮으면 ‘죽음의 조’를 걱정해야 하는 구도다.

한국은 러시아월드컵 당시 최하위권인 62위에 그치는 바람에 4번 포트로 배정돼 당시 세계최강 독일과 스웨덴 등 유럽 2개국과 북중미 강호 멕시코를 만나는 불운 속에 1승2패로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만약 한국이 4번 포트가 아닌 3번 포트에 이름을 올렸다면 모로코(1무2패)와 파나마(3패) 같은 약체를 만나 16강 진출을 기대해볼 수도 있었다.

다행히 카타르월드컵에선 자력으로 4번 포트를 벗어날 가능성이 열려있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23일 발표된 최근 FIFA 랭킹에서 33위에 올라있다. 이미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15개국 가운데 개최국 카타르(48위)를 빼면 최하위다. 그러나 한국은 새해 들어 치른 A매치 4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면서 랭킹포인트 1522.84점을 확보해 지금보다 4계단 높은 29위 진입이 기대되고 있다.

4번 포트가 유력한 국가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3번 포트 진입에 대한 기대치는 더 높아진다. 먼저 아시아지역에서 B조 1위를 달리는 사우디아라비아가 51위로 바닥을 다져주고 있다. 여기에 최종예선을 남긴 아프리카에서 상대적으로 순위가 낮은 나이지리아(36위)와 카메룬(50위), 말리(53위) 등이 올라온다면 3번 포트 진입 경쟁은 더욱 수월해진다. 북중미예선에서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는 캐나다 역시 40위로 경쟁 상대가 아니다.

한국의 3번 포트 진입에 유리한 변수도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아직 FIFA가 공문으로 통보하지는 않았다”고 선은 그었으나 6월로 예정된 대륙간플레이오프에 참가하는 2개팀이 4번 포트에 배정할 경우 한국은 지금 위치만 지켜도 3번 포트를 기대해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남은 최종예선 2연전(3월 24일 이란·3월 29일 아랍에미리트연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특히 안방에서 열리는 이란전은 평가전보다 랭킹포인트 계수가 5배 높을 뿐만 아니라 우리보다 순위가 높은 상대(21위)라 가산점까지 붙는다.

누구보다 3번 포트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은 남은 2경기와 관련해 “승점 6점을 더 딸 수 있다. A조 1위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